삼국지 열전 #1 – 조조 中(後) : 천하와 맞서다
200년.
조조는 원소와 맞섰다.
원소는 명문가 출신, 병력 수십만, 관직의 정통성까지 가진 화북의 거물.
조조는 숫자도, 혈통도, 명분도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전쟁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라는 걸.
조조는 보급로를 먼저 끊었다.
허유의 배신을 유도했고,
원소의 수송거점 ‘오소’를 불태웠다.
그리고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기회를 노렸고,
결정적 타이밍에 돌진해 적을 붕괴시켰다.
관도대전은 ‘승리’가 아니라,
전쟁의 정의 자체를 바꿔버린 사건이었다.
조조의 군사적 숙적은 많았지만,
정치적 숙적은 유비 단 한 명이었다.
조조가 ‘실리’를 주장할 때,
유비는 ‘명분’을 내세웠다.
조조가 황제를 옆에 두었을 때,
유비는 황제의 핏줄이라 외쳤다.
조조는 알고 있었다.
유비를 꺾는 순간, 세상의 의심이 조용해질 거라는 것을.
그러나 유비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도망쳤고, 버텼고,
다시 돌아왔다.
명분은 죽지 않는다.
명분은 부활한다.
그게 조조가 가장 두려워한 점이었다.
관도대전 이후, 조조는 공식적으로 ‘위무왕’에 봉해졌다.
그는 황제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사실상의 황제라 불렀다.
조조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황제라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는 이미 그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이름은 나중에 정리해도 된다.
먼저 움직이는 자가 승자다.”
이 시기 조조는 싸우는 자가 아니라,
세상을 조립하는 자였다.
그가 부수는 것보다 더 많이 쌓았다는 건
사람들이 종종 잊는 사실이다.
조조는 시대에 도전한 게 아니다.
시대를 다시 그렸다.
지도자의 정의, 권력의 구조, 그리고
전쟁의 양식을.
그 모든 변화가 시작된 곳이 바로 이 시기다.
조조 中(後)는
그가 “누가 이겼는가”보다,
“누가 정의를 다시 쓰는가”에 도달한 순간이다.
삼국지 열전 #1 – 조조 下 : 권력과 기록 사이에서
조조는 왜 시를 쓰고, 글을 남겼을까.
그는 칼로 이겼지만, 붓으로 기억되길 원했다.
조조 최후의 기록과, 그 뒤에 남겨진 무게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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