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열전 #1 – 조조 上 : 그림자에서 나오는 자
조조는 흔히 ‘간웅’이라 불린다.
하지만 그 낱말 하나로는 그의 시작을 담아내기엔 너무 얕다.
그는 황제의 피도, 귀족의 정통성도 갖지 못한 인물이었다.
그저, 권력을 어깨에 얹고 자란 ‘환관의 손자’.
이것이 조조가 세상을 바라본 첫 시선이다.
믿지 말 것. 들뜨지 말 것. 감정을 들키지 말 것.
그는 어릴 적부터 ‘재주가 있다’는 평을 들었고,
그만큼 의심도, 경계도 빨랐다.
웃을 줄 알았고, 물러설 줄 알았으며,
무릎을 꿇어야 할 때는 고개까지 숙였다.
그러면서도, 한 번도 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후한 말.
황제는 연이어 죽고, 궁궐은 텅 비었다.
빈자리를 차지한 자는 동탁,
무력으로 황제를 옮기고, 궁을 장악한 자였다.
조조는 누구보다 먼저 움직였다.
그는 단검을 숨기고, 동탁을 찌르려 했으나 실패했다.
도망치다 들른 집에서는 아버지 친구에게조차 환영받지 못했다.
“너는 아버지를 죽이러 온 자다”
그가 받은 건 칼이었고, 배신이었다.
그러나 조조는 다시 돌아온다.
이번엔 얼굴을 바꾸고, 연합군의 깃발 아래 들어선다.
그는 적이 아닌 ‘동지’의 얼굴로 무대에 복귀한다.
살아남기 위해, 그는 자신을 가장 먼저 버렸다.
조조는 ‘정직하지 않은 자’였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정확하게 상황을 꿰뚫었다.
무너진 질서 속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충성도, 의리도 아닌
현실을 이해하는 눈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조는 싸움보다 빠르게,
말보다 조용하게 움직였다.
사람들은 그를 불신했지만,
그 불신 속에 그는 거처를 지었다.
그가 만든 세상은
좋든 나쁘든, 조조의 것이었다.
조조 上편은 **‘야망의 서막’**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빛이 없던 시대에, 그림자 속에서 자란 인물이다.
다른 이들이 명분을 말할 때,
조조는 생존을 택했다.
그의 방식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방식이야말로,
시대를 바꾸는 자가 갖는 첫 번째 무기였다.
삼국지 열전 #1 – 조조 中 : 천하와 맞서다
관도대전, 유비와의 충돌, 그리고 조조가 천하를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기까지.
조조 중편은 전쟁과 권모의 정점에서 펼쳐진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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